"착한 형이었는데"…꿈 많던 10대 보육원생의 세밑 '안타까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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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모전에 참가해 수상할 정도로 재능 있지만
또래 학생들과 달리 사회에 나가 돈 벌 걱정 많이 해
보육원 동생들 유난히 잘 챙겨… '착한 형'으로 불려
우울증 극복하지 못 하고 극단적 선택

지난 29일 광주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A군의 장례가 치뤄지고 있다.(사진=김한영 기자)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10대 소년이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밑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광주시 동구의 한 장례식장.

보육원 관계자 여러 명이 한 남학생의 영정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적막한 분위기 속 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이했다.

이날 고인과 함께 보육원에서 지내다 자립을 위해 퇴소한 지인 10여명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앞선 지난 28일 오후 3시 30분쯤 광주 남구문화예술회관 7층 옥상에서 고등학교 2학년 A(18)군이 추락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광주 남구의 한 보육원에서 지내던 A군은 꿈이 많은 학생이었다. 교우 관계도 원만했다.

보육원에서는 동생들을 유난히 잘 챙겨 '착한 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보육원생들과 함께 간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지 않고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살뜰히 챙겼다.

지난 2019년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에 참가해 EBS 사장상을 수상할 정도로 재능도 뛰어난 아이였다.

남들보다 빨리 직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특성화 고등학교를 선택한 A군은 1학년 때는 조리사를 꿈기도 하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드론 전문가를 희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하루 빨리 사회에 나가 돈을 벌고 싶다고 담임 선생님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게임 중독과 이성 문제, 성적 문제 등을 주로 고민을 하는 또래 학생들과 달리 경제적 문제를 토로한 것이다.

부모의 돌봄을 받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고교 졸업 후 보육원에서 나가 독립해야 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상당히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까지 회계 학원을 다니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다.

A군은 최근 코로나 여파로 학교 수업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돼 우울증 치료를 위해 찾는 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보육원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어렸을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란 탓에 사춘기를 지나면서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힘들어 했고, 이러한 내용을 교사들에게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A군은 사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어 했다"며 "보육원에서 살다보니 경제적인 문제에 일찍 눈을 떠서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군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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