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해작가 "내 소설 훔쳐 5개 문학상? 영혼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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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뿌리> 전체 도용..공모전 응모
사진 공모전 등 다수 피해 사례 의심
소설에 들인 노력, 시간 부정당한 느낌
영혼과 삶을 도둑질 당해..더 슬프다
타인의 작품을 자기 것 처럼 둔갑, 왜?
공모전, 최소한의 검증 절차도 없나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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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소설 <뿌리> 작가(익명)

지금부터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참으로 기막힌 일입니다. 보통 문학작품 표절이라고 하면 작품의 어느 한 구절 혹은 독창적인 콘셉트를 몰래 가져와서 쓰는 걸 의미하죠. 아예 작품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제목까지 똑같이 도용하는 건 이건 보도 듣도 못한 일입니다.

그런데요. 다른 작가의 기성작품을 통째로 도용해서 공모전에 제출을 해서 입상까지 하는 일이 발각됐습니다. 그것도 무려 5개의 공모전에 제출을 해서 전부 다 입상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피해 작가가 본인의 SNS에 입장문을 올리면서 주말 내내 여론이 들끓었는데요. 피해를 입은 작품은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뿌리>라는 단편소설입니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시면 그 소설의 전문을 읽어보실 수 있어요. 그런데 한 남성이 이 작품을 그대로 도용해서 2020년 1년 동안 5개 공모전의 상을 휩쓴 겁니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작의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축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어마어마하죠. 이렇게 의혹이 제기된 뒤에 지금 네티즌들이 나서서 이 남성의 행적을 밝히고 있는데요.

일단 이 남성이 공모전에 출전할 때 쓴 이름은 손창현입니다. 자신을 명문대 박사과정 재학 중이라고 소개하고 있고요. 문학공모전뿐만 아니라 사진공모전도 여러 개 출전해서 상을 탔고 각 지자체에서 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여러 개 입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도 남의 작품을 표절하거나 혹은 최소한 자기 표절을 한 게 아닌가 지금 의심되고 있습니다.

이 남성의 범행을 완전히 밝혀내기 위해서는 지금 경찰의 수사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아직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는 아니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면 주말 사이에 떠들썩했던 이 사건. 이 사건의 피해 작가를 직접 연결해 보죠. 목소리 공개를 원치 않으셔서 저희가 음성변조로 연결을 한다는 점, 여러분께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설 <뿌리>의 작가, 연결이 됐나요? 나와계십니까?

[피해 작가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 피해 작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본인의 소설이 무단 도용됐다는 사실을 아신 건 언제입니까?

◆ 피해 작가> 지난 금요일인 15일 밤에 한 분의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 김현정> 누군가 SNS에다가 이런 사실이 있다고 알려주신 거군요?

◆ 피해 작가> 네.

◇ 김현정> 그래서 찾아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베낀 게 맞습니까?

◆ 피해 작가> 네, 맞습니다. 제가 다 확인을 해 봤는데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를 모두 복사, 붙여넣기 한 수준이고 그래서 표절이 아닌 도용으로 칭하고 있고요. 제가 파악한 바로는 경북일보 문학대전과 포천 문학상에서는 제 문장 속 ‘병원’을 ‘포천 병원’으로 바꿔서 수상을 했고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에서는, 본문은 똑같이 복사 붙여넣기를 했고 제목을 소설의 제목 <뿌리>에서 <꿈>으로 바꾸어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거나 혹은 단어 하나와 제목을 바꾸는 수준의 도용을 하였습니다.

◇ 김현정> 5개의 공모전 모두 전체 도용인데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딱 한 공모전에서 제목 바꾼 거랑 소설 속의 ‘병원’이라는 단어를 ‘포천 병원’으로 바꾼 거 그게 다다?

◆ 피해 작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이 5개 공모전 말고 혹시 다른 사례가, 지금 우리가 경찰 수사를 한 건 아니지만 알지 못하는 다른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겠네요?

◆ 피해 작가> 제 소설뿐만 아니라 문학 평론도 똑같이 도용을 해서 상을 받았다고 들었고.

◇ 김현정> 평론대회에 나가서 상 받은 것도 있다?

◆ 피해 작가> 네. 그거 외에도 다른 사진 공모전이나 경제 공모전도 나가서 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남성은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까?

◆ 피해 작가> 네.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이번 사건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라는 거 이런 건 다 사실인가요?

◆ 피해 작가> 일단 제가 알기로는 고려대학교 세종 캠퍼스에 다닌다고는 들었는데 그것 외에 다른 사실에 대한 진실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 사람이 스스로 SNS에 밝힌 나는 어느 대학교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라든지 그런 게 있기는 있지만 그것도 지금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말씀이시죠?

◆ 피해 작가> 네.

◇ 김현정> 내 작품을 가져다가 이름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자기 작품으로 둔갑시키고 그것도 모자라서 공모전에 출전해서 상까지 받고. 심지어 그 수상한 걸로 언론 인터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아셨을 때 어떠셨어요?

◆ 피해 작가> 저는 이렇게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일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는데 그 피해자가 제가 됐다는 게 굉장히 슬펐고요. 무엇보다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한 제 시간과 노력 그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후에 그 문학상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받은 분들의 창작물을 많이 표절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이제 문학상을 그저 돈벌이로 사용했다는 것에 더욱 슬펐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저는 사실 글쓰는 사람이 아니니까 잘 모르겠는데 내 글을 다른 사람이 완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다음에 자기 이름표 달아서 내는 행위는 이게 물건 도둑질보다 더한 거죠?

◆ 피해 작가> 네. 정말 영혼의 도둑질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은 게 소설이나 어떤 문학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의 어떤 삶에서의 생각과 느낌이 전제가 되어야 쓸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 김현정> 그렇죠.

◆ 피해 작가> 그런데 그 글을 통째로 도용을 했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삶 자체를 도용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삶의 도둑질, 영혼의 도둑질?

◆ 피해 작가> 그렇죠.

◇ 김현정> 지금 손창현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이 사람. 이런 엄청난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숨기지 않았어요. 지금 언론 인터뷰 보면 사진까지 다 나오지 않습니까?

◆ 피해 작가> 네.

◇ 김현정> 어떻게 이렇게 대담한 행각을 벌일 수 있었을까라는 고민을 작가님은 누구보다 깊이 했을 것 같아요. 이 남자의 심리는 도대체 뭘까요?

◆ 피해 작가>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자체가 인식 자체가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저작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 피해 작가> 그리고 그거를 어떤 페이스북을 통해서 전시함으로써 약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격을 이야기하는 그런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 김현정> 일종의 리플리 증후군일 수도 있겠네요, 보니까?

◆ 피해 작가> 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내가 아닌 아예 내가 만들어 놓은 허구의 삶을 계속 사는. 아예 그 거짓이 사실인양 자신이 인식해 버리는 이런 걸 이제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지금 행적들이 나오는 걸 보면 그랬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작가님은 등단하신 작가신가요?

◆ 피해 작가> 아니요. 저는 등단한 작가가 아니고요. 아직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문학도이신 거네요?

◆ 피해 작가> 네, 그냥 글을 쓰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해당 남성의 비양심도 문제지만 아무런 검증절차도 없이 이렇게 무단 도용한 작품에다가 상을 준 공모전들. 이 공모전도 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습니까?

◆ 피해 작가> 당연히 상을 준 공모전들 같은 경우도, 논문표절을 검토하는 것처럼 소설도 좀 더 그런 표절과 도용 검사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공모전의 심사위원들이 자신이 상 줄 작품을 정하기 전에 한 번쯤은 이게 혹시 도용이 돼 있지 않을까, 한 줄이라도 검색해 봤으면 걸리는 거 아니에요?

◆ 피해 작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런 최소한의 검증절차도 공모전에서 없었다는 얘기입니까?

◆ 피해 작가> 네. 그래서 저도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지금 말씀을 듣고 보니까 등단한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대학생 작가이기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우습게 봤던 거 아닌가, 그 남성이. 그런 생각도 들어서 더 기분이 나쁘고 더 화가 나네요.

◆ 피해 작가> 네, 맞습니다. 제가 대학생이고 유명하지 않은 그냥 일반 학생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이름 없는 사람의 글을 도용하면 아마 들키지 않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던 것으로 저도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더 슬픕니다.

◇ 김현정> 더 슬프죠. 더 기분 나쁘고 더 화납니다. 그래서 지금 혹시 법적 대응도 생각 중이십니까?

◆ 피해 작가> 네, 법적 대응도 지금 검토 중에 있습니다.

◇ 김현정> 고소를 언제 하실 생각이십니까?

◆ 피해 작가> 일단은 이번 주 중으로 천천히 해 볼 생각입니다.

◇ 김현정> 네.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이 사건, 이거는 우리 문화계 전체에 충격을 주는 저는 생각하고요. 굉장히 부끄러운 사건입니다. 그래서 이제 흐지부지 유야무야 넘어가는 게 아니라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서 적절한 처벌이 있어야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작가님, 힘내시고요. 어려운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피해 작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난 주말 온라인을 정말 떠들썩하게 했던 문학작품 도용사건. 그 도용을 당한 피해 작가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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