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섬이라는 '감옥'에 갇힌 외국인 노동자…화장실 없는 '곰팡이'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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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 ①]
곰팡이 가득한 숙소에서 생선으로 식사 때우기 일쑤
화장실·샤워실 없어 이웃집에 신세 지기도
퇴근 이후 계약하지 않은 잔업에 투입… 하루 12시간 노동
가두리 양식장에서 홀로 일하는 탓에 가장 큰 애로사항은 '외로움'
사실상 무인도에서 외국인 노동자 홀로 수개월 지내기도

전북 군산 한 섬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지내는 숙소. (사진=박요진 기자)

 

※ 농어촌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농업·어업·축산업 종사자 중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농업·어업·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고 않고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나 계절 근로자 제도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파악이 가능하지만 불법(미허가)으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집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시지역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비교할 때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인권을 침해받는 환경에서 일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2차·3차 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데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관계 기관의 도움을 받기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1차 산업의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규정에 속해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고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근로기준법 63조)

여기에 2차·3차 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한국어능력시험(TOPIK)과 기능시험(면접·체력)에서 고득점을 받는 경우가 많아 직업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다. 하지만 1차 산업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농업·어업·축산업 중에서만 선택해야 한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는 더 심각하다. 허가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고용노동청이나 관계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해당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강제출국을 전제했을 때만 가능하다. 폭언이나 폭행, 성추행 등의 추가 피해가 있더라도 직장을 임의로 옮기거나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광주CBS는 농업·어업·축산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를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제시하는 연속 기획보도인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를 보도한다.

첫 번째 순서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지 못하는 우리나라 어촌이지만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를 르포 형식으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섬이라는 '감옥'에 갇힌 외국인 노동자들…화장실 없는 '곰팡이' 숙소
(계속)


◇ 주민 보다 외국인 노동자가 더 많은 섬

전북 군산 개야도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내는 숙소 화장실, 샤워실. (사진=박요진 기자)

 

"여기 한국 맞나요? 동남아인 줄 알았어요?"

지난 10월 말 전남 군산 개야도 선착장에서 함께 내린 60대 관광객의 이야기다.

개야도는 730여 명이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두고 있지만 실제 거주하는 한국 국적 주민은 500여 명 정도다. 하지만 선착장부터 마을 어디를 돌아다니더라도 한국 국적 주민들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끼리만 1톤 트럭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모습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개야도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평균 200명에서 250여 명 정도로 추산하지만 어느 누구도 정확한 수치를 모르고 있었다. 일손이 필요할 경우 인근 섬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빌려오는 데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가 몇 명이나 들어와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야도에서는 동남아시아 출신뿐만 아니라 관광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하루 일당 10만 원 정도를 받으며 일하는 러시아 국적 외국인 노동자도 여럿 목격됐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이 마무리되는 밤 7시가 넘으면 마을에 돌아다니는 사람의 절대다수가 외국인 노동자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마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이야기를 나눴다. 전북 익산에서 관광을 위해 개야도를 찾은 최모(67·여)씨는 "섬 지역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많을 줄을 몰랐다"며 "특히 저녁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외국인 노동자들이어서 동남아시아에 여행 온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주로 바다에 나가 김 양식장을 관리하거나 멸치 잡는 일을 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바다에 나가지 못할 경우 마을 곳곳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여럿이 그물을 손질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1년에 설·추석 등 육지 두 번 나가…'도망 우려' 육지행이 달갑지 않은 고용주들

개야도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 달에 하루 혹은 이틀을 쉬지만 뭍으로 나가는 일은 1년에 한두 번뿐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 육지를 찾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로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육지행을 그다지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나 도망가지는 않을까 여권을 빼앗아두는 고용주도 있어 외국인 노동자들은 쉬는 날조차 섬에 갇혀 지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섬 주민들 사이에 암묵적 카르텔이 형성된 상황에서 고용주 허락 없이 외국인 노동자 마음대로 배을 타고 육지로 나가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의 유일한 낙은 이웃 나라에서 함께 온 친구들과 간간이 술잔을 기울이는 일뿐이다.

이들 중 일부는 고용주들의 집에서 함께 지냈지만 또 다른 일부는 말 그대로 형편없는 곳에서 지내기도 한다. 창고로 쓰던 곳을 리모델링해 방과 샤워실, 화장실 등을 만들었지만 집구석 구석에 곰팡이가 가득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는 방의 침대나 벽지 등에도 검은 빛깔의 곰팡이가 피어 있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곰팡이 가득한 숙소에서 생선으로 식사 때우기 일쑤

전북 군산 개야도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내는 숙소 부엌. (사진=박요진 기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요리를 하는 식당에는 식기로 사용 중이라는 게 믿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 식기가 몇 개 놓여 있었다. 특히 LPG 가스통에 연결된 선들이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아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염려됐다. 저녁식사는 칼로 몇 토막 낸 생선에 소금을 넣고 끓이는 게 전부였다.

개야도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동티모르 국적 20대 A 씨는 "쉬는 날 군산에 나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눈치가 보여 나가지 못한다"며 "월급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도 못한 채 일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고용주들은 숙소와 식사 등을 무상으로 제공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도서 지역의 특성상 고용주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의식주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화장실·샤워실 없어 이웃집에 신세 지기도… 하루 12시간 중노동

전남 신안의 흑산도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면으로 하루 3끼를 때우는 날이 적지 않고 자신의 숙소에는 샤워실과 화장실 등이 없어 이웃 외국인 노동자에게 신세를 지기도 한다.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루 종일 가두리 양식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더라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다시 멸치를 상자에 넣고 옮기는 일을 한두 시간 정도 해야 잠을 청할 수 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더라도 하루 최소 12시간은 일해야 길고 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하의도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국적 30대 B 씨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화장실·샤워실이 갖춰지지 않은 숙소에서 지내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 가장 큰 애로사항은 '외로움'… 섬에서 수개월 혼자 지내기도

전남 완도 노화도에서 지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다. 하루 종일 가두리 양식장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가두리 양식장에서 의식주 모두를 해결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있다. 유인도로 등록돼 있지만 사실상 사람이 살지 않아 무인도에 한두 명의 외국인 노동자만 남아 1년에 수개월을 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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