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부디 조용히 지나가길"…'핼러윈 D-1' 조심조심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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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3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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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앞두고 클럽 일대 '고요'…세계음식거리도 한산
"예년엔 최고 극성수기…방역 조치 필요하지만 과해"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 커…영업해도 방역수칙 준수"
시민들 "아직은 자제해야" "별일 없을 것" 의견 엇갈려

지난 29일 저녁 다소 한산한 모습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사진=이은지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세가 연이틀 세 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올 가을 유행을 가늠할 최대 고비로 지목한 '핼러윈'(Halloween)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올해는 핼러윈 당일(10월 31일)이 주말과 겹치면서, 이 기간마다 최고의 특수를 누렸던 이태원은 또다시 수도권 방역의 성공 여부를 저울질할 요주의 지역이 됐다. 앞서 지난 5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직후 이태원 클럽을 통한 집단감염이 발생한 전례가 있는 만큼 두 배로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듯 지난 29일 저녁 서울 이태원 거리는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코스튬을 입고 분위기를 예열하는 '파티 피플'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동행과 일부러 방문한 이들에게서도 요란한 들뜸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5월 초 이태원 집단감염 당시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이 핼러윈 기간 임시휴업을 공고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가급적 '비(非)대면'으로 핼러윈을 즐겨주길 당부한 방역당국의 권고대로 임시휴업에 들어간 클럽들이었다. 약 반년 전 4월 말에서 5월 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 대규모 감염 전파가 이뤄진 클럽들은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이었다.

당시 확진자가 다녀간 A클럽은 "저희는 돌아오는 핼러윈 기간 동안 '휴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코로나로 인한 산발적 집단감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휴업하려 한다"며 "휴업기간 동안 철저한 방역을 통해 안전한 클럽 O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고문을 내걸고 있었다. 클럽 입구는 빨간색으로 큼지막하게 적힌 '출입금지' 표지판이 빽빽하게 들어선 상태였다.

지난 5월 초 이태원 집단감염 당시 확진자가 나온 한 클럽의 문이 닫혀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초발환자인 '용인 66번 환자'의 동선에 노출됐던 또 다른 B클럽 역시 문이 닫혀 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시민이나 외국인 상점 방문객만이 이따금씩 보였다. B클럽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양측에는 폐업했거나 '임대' 모집 중인 가게들이 대여섯 개 눈에 띄었다.

B클럽의 창고에서 한 70대 남성이 음식 재고로 보이는 배송물품들을 꺼내 폐기처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클럽 관계자시냐'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태원 집단감염'에 연관됐던 C주점과 D클럽 또한 모두 영업을 중지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골 모양의 스티커와 호박 무늬 장식 등 핼러윈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꾸며둔 D클럽은 단장이 무색하게 근처 가로등 불빛조차 들어오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풍겼다.

지난 5월 초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에 연루된 한 클럽 앞 모습. 핼러윈을 맞이한 장식들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사진=이은지 기자)

 

이 업소들을 비롯해 이태원 소재 10여곳이 넘는 유흥시설들에는 지난 27일 용산구청에서 '핼러윈대비 코로나19 특별방역강화'에 협조해 달라며 송부한 공문이 부착돼 있었다.

예년 핼러윈마다 인파가 몰렸던 세계음식특화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란한 조명과 각종 장식들이 자리한 거리에는 이용객들의 입장을 돕기 위해 나온 식당 및 업소 관리자들이 호객 행위를 이어갔지만, 손님은 그보다 훨씬 띄엄띄엄 안으로 들어섰다.

이태원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E주점은 창가석에만 6쌍의 일행이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지난 29일 저녁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의 풍경. 핼러윈을 이틀 앞두고 있음에도, 손님이 다소 뜸한 모습이다.(사진=이은지 기자)

 

이태원 일대 상인들은 핼러윈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 기간이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지나가길 바라는 소박한 희망을 내비쳤다.

한 클럽 옆에서 30년 넘게 토박이로 버거 장사를 해온 60대 후반 남성, 김모씨는 "이태원의 핼러윈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라 할 정도로 엄청났다. 1년 중 매출액이 가장 높은 때가 핼러윈 데이였다"며 "예년에는 (핼러윈) 한 주 전 금·토·일부터 핼러윈 때까지 계속 북적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은 5월 이후 나아진 게 없다. 우리 같은 경우도 단골 손님만 찾아오는데 매출액이 한 60~70% 줄었다"며 "코로나만 보면 정부에서 하듯 집합제한을 유지하는 게 낫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선 핼러윈에 사람이 많이 오면 매출이 그만큼 늘지 않겠나. 정부의 방역조치가 필요하긴 하지만, 좀 과하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태원 역세권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30대 여성은 "(임시 휴무를) 고민하고 있지만, 영업을 하더라도 방역수칙은 다 지키며 하려 한다. QR코드 등 방역은 누구보다 신경 쓰며 하고 있다"며 "손님은 때마다 다르지만 시에서 지정한 50여명 이상은 안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시기가 좀 조심스럽다 보니 저희도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다. 빨리 (핼러윈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이태원 감염', '이태원 확산' 등 특정지역으로 (코로나 감염) 뉴스가 많이 보도되다 보니 지역을 너무 죽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는 있지만 핼러윈에 대비해 조치하는 건 앞으로 큰 일이 또 일어날까 우려돼 하는 것이니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저녁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사진=이은지 기자)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산발적 집단감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은 몸을 사리는 것이 맞다'는 입장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된 상황을 고려하면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양분됐다.

이태원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하는 길이라는 이모(28·여)씨는 "이태원이 매년 핼러윈의 상징 같은 곳이었는데, 오늘 와보니까 사람이 없다"면서도 "올해에는 어쩔 수 없이 코로나의 영향으로 쉬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22·여)씨도 "핼러윈이라 솔직히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은데 이러다가는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핼러윈 뒤에는 크리스마스도 있는데 시민들이 이번만 좀 참으시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다"고 했다.

반면, 생각보다 감염우려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강모씨는 "핼러윈 분위기도 느껴보는 등 한 번도 안 와봤던 곳이라 겸사겸사 이태원을 들렀다"며 "생각보다 사람도 많이 없고, 핼러윈 당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는 직장인 박모(37·남)씨는 "안전수칙만 잘 지키고 하면 (괜찮을 것이라 본다)"며 "지방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린다는데, 이태원 같이 특정 지역만 규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대는 연령대가 맞지 않아 핼러윈 당일도 이태원을 찾을 생각"이라며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좀 조심하면서 (술을) 먹다가 집에 갈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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