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회복 패러다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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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이 일상을 위협한다 ③] 조현병 범죄 대책은 없나

포항의 한 약국에서 발생한 40대 조현병 환자의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일주일 뒤에는 20대 여성이 길가던 70대 할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잇따르면서 포항시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조현병환자에 의한 사건사고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나와 내 이웃에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 됐다. 포항CBS는 조현병 환자 범죄가 왜 늘고 있는지,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일상 위협하는 조현증 묻지마 범죄
② 조현병 범죄 왜 늘었나
③ 조현병 범죄 대책은 없나?
(끝)


야유회를 간 브솔시냇가 회원과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브솔 시냇가 제공)

 

포항 약국 흉기 난동사건과 진천 친동생 흉기살해, 서울 초등학교 인질극 등 조현병 환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사건 모두 조현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동안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관리만 되면 사건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왕은식 정신과 전문의는 "약을 먹고 관리가 되는 조현병 환자는 사고를 100% 안친다"면서 "퇴원을 하면 보통 가족이 지지기반이 되는데, 개인의 사정에 따라 관리가 안되는 경우 환청과 망상이 생기고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경우 거주지역 보건소에 환자 정보가 전달돼 보건소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과 재활을 돕고 있다.

하지만 환자 개인이 원하는 경우만 참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에서는 정신보건센터와 자원봉사센터를 연계해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방문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봉사자들이 일정의 교육을 받은 뒤 환자를 직접 찾아가 상태체크를 하는 방법이 있다"며 "약 복용 여부 확인과 사람들과의 정서적 스킨십 정도만 되도 증상에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조현병 환자 회복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약을 먹여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게 아니라, 이들의 삶이 회복될 수 있도록 직업교육 등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재활시설 브솔시냇가 강현정 사무국장은 "약을 먹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상으로 회복을 목표로 잡으면 약 복용은 수단이 돼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면서 "사회 복귀를 돕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가 있는 환자가 직원들과 함께 사무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브솔시냇가 제공)

 

포항지역은 5월 현재 964명이 정신장애인(조현병)으로 등록됐으며, 등록되지 않은 정신장애인은 2천여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포항지역의 정신재활시설(사회복귀시설) 등 정신건강관련 예산 및 규모는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인구 1인당 정신건강예산은 경북은 2천189원으로 전국 평균 3천267원에 크게 못미친다.

경북지역은 15곳의 정신재활시설이 있다. 경주 3곳, 안동 2곳, 경산 2곳 등이 있지만, 포항은 1곳뿐이어서 도시 규모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종교시설에서 예산의 70%를 지원하고, 나머지 30%만 지방비와 국비가 지원된다.

포항지역 사회복지연구소 양만재 소장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본인과 가족들이 조현병을 숨겨려 한다"면서 "조현병은 개인이 가정에서 알아서 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자들이 나서지 않으니 정치권에서도 예산 편성 등에 후순위로 밀리고 갈수록 소외되고 있다"면서 "정신보건법이 개정됐으니 지역에서도 같이 움직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상태가 호전된 환자가 일정한 교육을 받은 뒤, 다른 환자의 치료를 돕는 '동료지원가'가 조현병 환자관리에 획기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현정 사무국장은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을 경험한 분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동료환자들은 유대감이 있어 치료에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들을 기피나 감금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이웃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포항 인성병원 박철균 원장은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고는 조선시대에도 있었지만 그것 때문인지 몰랐던 것"이라며 "최근 조현병 범죄가 주목을 받는다고 무조건 거리를 두고 무서워만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 같이 '정신에 병'을 앓고 있는 이웃으로 여기고 함께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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