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말 바꾸기…'대선 불출마' 번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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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성완종 게이트 이후 출마 쪽으로 급선회"

지난달 31일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반기문 전 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는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사정이 크게 달랐다.

반 전 총장은 당시 "은퇴 후 손자손녀를 돌보고 싶다"고 했지만 지난 12일 귀국 일성은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의 권력의지로 180도 바뀌었다.

대권에 관한 반 전 총장 어록의 시작점은 200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였던 당시 임덕규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같은 해 1월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초에 여쭤봤는데 '내가 국내 정치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국민여러분께 전혀 그런 의지가 없다고 꼭 전해드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임 씨는 "본인의 의사가 너무 단호하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 전 총장의 입장은 더 단호해졌다. 반 전 총장은 같은 해 10월 9일 국정감사를 위해 뉴욕을 방문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의원 8명과 함께 한 만찬 자리에서 "국내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내 이름을 거론하지 말라"고 말했다,

복수의 참석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의 곤욕스런 심기를 전했다. 유엔 출입기자들이 자신을 얼마 뒤 한국 정치권으로 돌아갈 인물이며 유엔 업무보다 대권에 사로잡혀 있다고 판단해 난처하다는 것이다.

이후 출마설이 잦아들면서 2012년 18대 대선의 여권 주자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정리됐다.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은 2기 총장 임기 중인 2014년부터 군불이 지펴졌다. 국회 외통위 소속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 10월 27일 국감장에서 "최근 재외공관 국감 과정에서 반 총장을 만났다"며 "대선에 대해 물어보니 '정치에 몸 담은 사람이 아니다. 잘 알면서 왜 물어보느냐' 이런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특히 "반 총장은 '몸을 정치 반, 외교 반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 이렇게도 말했다"고도 했다. 외교와 정치를 철저히 분리했던 당시 입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만 해도 반 전 총장의 차기 대권 지지율이 각종 조사에서 30%를 훌쩍 넘어가던 시절이다.

박수길 전 유엔대사는 당시 출간된 회고록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권력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반 총장은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2015년 전반기만 해도 '불출마'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그룹 회장의 자살과 뇌물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번졌던 5월 당시 반 전 총장은 성 전 회장이 탄압을 받은 배경으로 자신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곤욕을 치렀다.

반 전 총장은 당시 연설에서 "은퇴 후 아내와 근사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손자·손녀를 돌보며 살고 싶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최대한 대권욕을 숨겼던 셈이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2016년에 접어들어서다. 5월 제주포럼 참석차 방한한 반 전 총장은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한국인으로 돌아오는 내년 1월부터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조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불출마 입장을 반복하다가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어놓은 발언이다. 고향인 충청권의 옛 맹주 김종필(JP) 전 총리와 비공개 회동을 갖는 등 적극적인 행보도 시작됐다.

이후 반 전 총장의 대권가도는 점점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임기종료 직전이었던 지난해 20일 미국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과의 고별 기자간담회에선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민생 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면 몸 사리지 않을 용의가 있다"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충청 출신 정치인 사이에선 반 전 총장이 불출마에서 출마로 입장을 바꾼 주요 계기를 성완종 게이트로 설명하는 기류가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 등 친박계 수뇌부가 당초 차기 집권 전략으로 '충청+TK(대구‧경북)'의 지역 구도를 짰고 충청권 주자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염두에 뒀는데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의 폭로로 낙마한 뒤 자연스레 반 전 총장에게 기회가 넘어갔다는 설(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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