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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하면서도 사연 자체가 참 안타까웠다"
지난 2일 대학 도서관에서 노트북 등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다 구속된 대학생을 조사한 담당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 대학생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장래가 촉망받던 이 대학생의 인생에 먹구름이 드리운 건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세종시 모 대학에 다니던 A(26) 씨는 원래 행정학을 공부하며 장래가 유망한 대학생이었다.
A 씨가 동료 대학생들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다단계에 빠지게 되면서부터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다단계는 결국 A 씨를 절도의 길로 빠져들게 했다.
다단계를 하면서 물건을 팔지 못하고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받게 된 대출.
대출을 종용하는 업체에 속아 3000만 원의 사기를 당하게 된 A 씨는 학교마저 휴학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에게 학비를 송금받았지만, 3000만 원이라는 돈은 대학생인 A 씨에게 너무 큰 짐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A 씨는 결국 도둑질을 선택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동료 대학생들의 노트북 등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딱 한 번만"이라는 생각은 두 번이 됐고 범행에 성공하자 또 다른 절도로 이어졌다.
훔친 물건은 중고장터 등에 팔아넘겼다.
그러고도 빚을 갚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돈.
A 씨의 두 번째 잘못된 선택은 인터넷 사설 경마였다.
종종 돈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빚을 갚기 위해서는 더 큰돈이 필요했고 사설 경마를 끊지 못한 A 씨는 가진 돈마저 전부 날리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된 절도.
"대학 도서관에서 절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신고를 접한 경찰은 폐쇄회로(CC) TV와 도난당한 노트북의 사용기록을 역추적해 A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단계에서 사기를 당해 그 돈을 갚기 위해 물건을 훔치게 됐다"며 "훔친 물건을 팔아 마련한 돈은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불리려다 보니 도박을 하게 됐고 모두 잃었다"고 털어놨다.
A 씨를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붙잡고 보니 너무 순진한 대학생이었다"며 "부모님에게도 다단계에 빠져 사기를 당한 사실을 털어놓지 못해 혼자서 끙끙 앓다가 이 지경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과가 없는 초범이었기 때문에 불구속 수사를 검토했으나 절도 횟수가 많아 부득이하게 구속하게 됐다"며 "수사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종경찰서는 최근 대학 도서관에서 노트북 등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A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28일 오전 6시 15분쯤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모 대학 도서관에 들어가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노트북을 훔쳐 달아나는 등 최근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모두 980만 원 상당을 훔친 혐의다.